아버지를 생각하며 써 놓은 글입니다.
언젠가 이렇게 써 놓은 글이 휴지통에 버려질 것 같아 생각나는 김에 여기에 적어 놓습니다.
국민학교 2학년 중퇴!
6.25전쟁통에 날리가 나서 학교는 거기까지.
까막눈은 겨우겨우 면했는데, 본인이름 석자만 적을 줄 알고, 글씨 쓰는게 두려워 엉덩이를 내빼는게 안스러웠던, 평생을 어부로 살며 극한의 막노동판을 몸으로 막아가며 부딪히는 비바람과 파도와 싸우느라 태풍이 비껴나간 소가락사이로는 굽어휘어 뒤틀어진 거칠고 초라한 손이 솥뚜껑 마냥 자랑스러웠던,
평생을 뼈빠지게 살다살다 마련한 집 한칸을 자식의 잘못으로 은행에 저당 잡히게 되면서, 그 가슴에는 표현도 못하는 슬픔과 분노가 얼마나 컸을지.
까탈스런 작은딸 준비물 잊고간 날에는 어김엇이 학교앞 대문에는 흰머리 할아버지가 왔다갔가 했고, 갑자기 비라도 쏟아지는 날에는 버스정류장에 우산을 들고 서 계시던.
엄마한테 쫒겨나 옆집 뒤란에 웅크리고 앉았으면, 낮익은 그림자가 살며시 나타나 "너거 어매 잔다, 어여 들어오이라."
시린 겨울날 추운바다에서 돌아오면서 "배고프다 밥묵자' "반찬이 없는데 우짜노?"하는 엄마말에 "간장이도 없나?" 간장만 있으면 된다 하시던.
늦은밤 주무시다가도 깨우면 벌떡 일어나 다 큰 자식들 과자 심부름을 마다하지 않으셨던 아버지 어찌하여 느즈막에 얻은 이 자식들 철도 들기전에 먼 곳으로 가버리셨는지요.
요즘 세상에는 좋은 아버지들이 천지에 늘렸고, 힘세고 부자고, 똑똑한 아버지들도 깔렸나 보던데, 세상 아버지 중에 제일은 내 아버지였던 당신입니다.
내 아버지 당신은 최고 였습니다.
무식이 철철흘러 줄을 잇고, 소매끝 때묻은 바지가랭이 너펄거리게 다녀도 당신의 방법대로 우리를 돌보시고 길러서 도둑질하지 않고, 남 등처먹으며 살지않게 하시고, 적아면 작은것에 만족하며 감사하고 누리고 사는법을 온몸으로 가르쳐 주신 당신이 제일 멋졌습니다.
주름진 골 사이로 꾸중물이 꼬질꼬질해도 평생 한번 사랑한다는 말 못들어봤어도 가슴에서 입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한 그 수많은 당신만의 사랑의 단어들이 그곳 당신의 몸부림에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죽어서도 자식들에게 세상 가장 따뜻한 그림자가 되어 주시는 내 아버지.
그땐 왜 아버지의 마음을몰랐을가?
철이 들었기 보다는 항상 옆에 있었기에, 그 소중함을 훗날곁을 떠난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다. 법 없이 살 사람이란 그런 소릴 많이 듣던 아버지,
미안하고, 감사하고, 그립습니다.
지난간 세월을 돌이켜 보면 참 당신은 너무나 부지런 사람임을 알았고, 또 내가 감히 넘보지 못할 큰 사람이였음을 아직은 따라가지 못할 먼 곳을 가게된 뒤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그 부지런함은 먼곳에 가선 꼭 보상을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좀 더 일찍 내가 철이 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날이네요.